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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

감정 조절 능력은 '애착 형성' 에서 시작된다

by 씀이*아네모스 2021. 10. 14.

감정 조절 능력은 언제부터 길러지는가?

사람이 삶을 살아가고, 일상생활을 할 때 감정을 조절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감정조절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조절이 잘 되는 사람은 마음속의 불편한 감정을 다시 편안한 감정으로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감정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감이 오랫동안 발목을 붙잡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이 상황이 지속되고 심각해지면 사람의 에너지를 부정적인 감정에 쏟아붓느라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착실히 준비해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감정조절 능력은 언제부터 기를 수 있을까? 감정조절 능력의 결정적 시기는 태어나서부터 열두달이다. 아이에게 감정조절 능력을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후 12개월까지 아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감정을 교류하는지가 감정조절 능력을 좌우한다. 생애 초기에 아이의 성장속도는 가장 빠르다. 누워서 울던 아이가 몇 달 후에는 몸을 뒤집고, 또 몇 달 후에는 기어다니고 앉다가 또 몇 달이 지나면 걷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신체가 발달하는 것도 눈에 띄게 빠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의 발달도 아주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감정교류를 통해 아이의 뇌는 수백만 개의 회로를 연결하고 구성한다. 

 

애착, 감정 조절 능력의 핵심!

애착이란 아이가 주양육자에게 가지는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뜻한다. 애착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영국의 정신분석가인 존 볼비(John Bowlby)는 1968년에 '애착이론'을 발표하고, 생애 초기의 애착형성이 인간 전 생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당시, 루마니아의 독재정치로 인해 수많은 고아들이 생겨났고,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상태로 자랐다. 그 결과, 고아원의 아이들은 신체발달과 정신기능이 지체되어 성인이 된 후에도 지적, 정서적, 사회적 지체를 가지게 되었다. 루마니아 고아원의 참상을 통해 애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 후 볼비는 결핵요양소에서 부모와 분리되어 자라난 아이들을 추적 관찰하였다. 부모와 오랜시간동안 떨어져 병원에 지낸 아이들이 어떠한 감정 변화를 보이는지 분석하였는데, 처음에는 큰소리로 울며 부모를 찾고 저항(protest)하다가 아무리 울어도 부모가 오지 않아 좌절(despair)하고, 더이상 부모를 찾지도 울지도 않게(detachment) 된다. 입원 기간이 길었던 아이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어려웠다고 한다. 볼비의 '애착이론'에 따르면 만2세 이전이 결정적 시기로, 어린 시절에 부모와 형성한 애착의 질이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조절, 대인관계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때 안정적인 애착이 잘 형성되지 못한다면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쳐, 나중에 어떠한 보상과 노력을 들이더라도 돌이키기 어렵고, 성인이 되어 정신병리나 성격적 결함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의 '각인 이론'에 따르면,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처음 본 대상에 대해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 알에서 갓 부화한 오리가 자신을 부모로 생각하고 따르는 모습을 발견하고 '각인(imprinting)'현상을 주장하였다. 그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한 볼비는 생물학적으로 엄마의 돌봄행동이 본능적이고, 작고 무력한 존재인 아기의 애착 형성 욕구도 본능이라고 보았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벤자민 스포크(Benjamin Spock)의 육아법이 당시 유행하였는데, 그의 저서 <유아와 육아의 상식>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육아법에서는 시간표에 따라 젖을 주고, 따로 재우며,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지 마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볼비는 아이가 단순히 영양, 위생, 환경 제공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주장하여 벤자민의 육아법에 반하며 논란이 되었다. 

 

해리 할로(Harry Harlow)는 원숭이 애착실험을 통해 볼비의 이론을 지지하였다. 새끼원숭이를 엄마원숭이와 분리시켜 두 종류의 가짜 엄마원숭이와 함께 두었다. 하나는 철사원숭이에 우유병을 달고, 다른 하나는 우유병은 없지만 포근한 헝겊으로 만들어진 원숭이다. 이 공간에서 새끼원숭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관찰한 결과, 배가 고플 때만 철사원숭이의 우유를 먹고 나머지 시간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헝겊원숭이에게 계속 붙어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정서적 만족이 애착형성에 중요함을 입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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