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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 찰나와 같은 인생을 그린 드라마

by 씀이*아네모스 2021. 7. 30.

1. 시간여행자 여주인공, 혜자

혜자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미용실을 하는 엄마와 철없는 오빠, 택시 운전을 하는 아빠와 함께 살고있는 평범한 20대 이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지만 가난한 가정형편과 부족한 실력으로 그 길이 쉽지가 않고, 취업 준비생(백수)으로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지낸다. 하지만 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쉽게 좌절하지 않는데, 우연히 기자 지망생인 준하와 알게 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평범해보이는 혜자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어린시절에 바닷가에서 주운 손목시계가 혜자의 시간을 돌릴 수 있게 해준다. 혜자는 학창시절 그 시계를 함부로 사용하다 부작용을 겪었기에 옷장 깊은 곳에 숨겨두고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스물다섯이 된 해에 그 시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긴다. 아빠의 교통사고. 그 사고를 막고, 아빠를 살리기 위해서 혜자는 계속해서 시간을 돌린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혜자는 청춘을 잃고, 70대 할머니가 된다.

 

혜자는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절망했지만, 자기가 지키려던 가족들을 생각하며 마음만은 스물다섯 그대로인 발랄한 모습을 되찾는다. 혜자는 노인이 된 자신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데, 그 모습이 엉뚱하고 귀엽다. 그런데 문제는 준하. 혜자가 마음깊이 좋아하던 준하에게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준하에게는 혜자가 독일로 떠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복지관(노인 홍보관)에 취업한 준하가 걱정이 돼서 혜자 역시 복지관에 매일 출석하며 준하 옆을 맴돈다. 여기까지만 봤으면 정말 시간 여행의 부작용으로 20대가 70대로 되어버린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10화에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반전에 기분이 얼얼해진다.  

 

2. 얼얼한 기분을 선사하는 반전의 드라마

이 드라마를 보면서 중간 중간 이상하게 시대가 왜곡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한지민의 이름은 왜 촌스럽게 '혜자'일까 생각도 했고, 현대같으면서도 근대같은 시대적 배경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발랄하고 씩씩한 한지민의 연기를 보며 청춘드라마처럼 가볍고 즐겁게만 시청하고 있었는데, 드라마 중간이 되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얼떨떨한 기분과 함께 그 모든게 설명이 되었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혜자가 사실은 알츠하이머 환자였던 것이다. 드라마에 그려진 엉뚱한 상황과 전개들은 모두다 그녀의 꿈속에서, 상상속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늙어버린 딸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아빠는 혜자의 아빠가 아니라 혜자의 아들이었던 것이고 혜자의 엄마는 현실에서 며느리였다. 그리고 준하는 그녀가 평생을 그리워하고 사랑한 남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혜자의 힘들고 고달팠던 젊은 시절이 그려진다. 타임슬립 판타지 같았던 드라마가 한순간에 알츠하이머에 관한 이야기가 되면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눈물 버튼으로 거듭난다.   

 

3. 슬픈데 행복해지는 드라마, 그리고 명배우들

제목만 떠올려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드라마가 있다. 바로 JTBC 2019년 화제작 <눈이 부시게>이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라서 당연하게 시청했다. 연기력하면 둘째가라고 해도 서러울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1941년생, 1961년에 대뷔한 김혜자님은 연기경력만 60년이다. 80대 여배우로서 여전히 주연을 소화할 수 있는 전설같은 배우이다. <눈이 부시게>로 2019년 제 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하였고, 그 수상소감으로 사람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많은 이들이 그 수상소감을 찾아보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눈이 부시게>는 그녀의 수많은 명작 중에서도 길이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아픈 소재를 담고 있지만, 아프지만은 않게, 따뜻하고 눈이 부시게 그려진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게 어울렸기 때문이다. 한지민과 남주혁은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풋풋하고 귀엽게 어울렸고, 안내상과 이정은의 부부연기, 혜자의 친구들로 나온 이현주와 윤상은, 오빠 손호준의 연기 역시 코믹하고 발랄하게 그려져서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우리 인생을 드라마 하나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드라마로 기억 될 <눈이 부시게(2019)>는 JTBC에서 12부작으로 방영되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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