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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제목처럼 멜로 드라마일까?

by 씀이*아네모스 2021. 8. 2.

어른들의 성장드라마

이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한 명 한 명 자기만의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 전체를 보면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 멜로가 스토리를 연결시켜주지만, 서른이 되었으나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30대 캐릭터들의 고된 성장 스토리를 유쾌하게 담고있다. JTBC에서 2019년도에 방영해서 1% 저조한 시청률로 마무리 되었으나, 방영 당시에도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았고 장범준의 OST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그 곡이 차트 상위에 오래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 인기를 입증해준다. 금요일 11시에 20~30대를 겨냥하여 방영한 점이 조금 아쉽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재방송이나 다시보기, 넷플릭스 등으로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에 드라마를 시청하기 때문에 시청률에는 인기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는 배우들의 티키타카와 찰진 대사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수긍이가는 나레이션이다. 주연이나 조연이나 구분없이 모든 배우들의 매력이 드러나는 드라마였고, 실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되며 서로 찰진 대사들을 핑퐁하는 모습이 드라마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갔다. 

 

서른이 되었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진주(천우희)는 드라마작가 지망생이다. 스타작가 밑에 보조작가로 취업했지만 해고당하고, 그동안 틈틈이 쓴 대본 '서른되면 괜찮아져요'를 공모전에 냈다가 스타PD(범수)의 눈에 들어 작가로 입봉된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성격, 극 중 작가답게 언어유희를 아주 찰지게 소화한다. 능청스러움이 사랑스럽게 표현되고, 극 중 화자로서 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고 볼 수 있다. 

한주(한지은)는 드라마 제작사의 마케팅 팀장인데, 워킹맘이자 싱글맘이다. 어처구니없게 임신을 하고 결혼을 해서 인국이를 낳았으나, 전 남편 승효는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생활고를 남기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렸고 인국이를 혼자서 키운다. 아이를 당당하게 키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지켜나간다. 

 

은정(전여빈)은 청년 사업가인 홍대의 투자로 대박을 터트려 부자가 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하지만 남자친구(홍대)를 병으로 잃고 트라우마를 겪다가 극단적인 생각도 한다. 그래서 진주와 한주는 친구인 은정을 옆에서 챙겨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동거를 하게 된다. 이후 '여자 사람 배우'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또 한 번 성공을 거둔다. 

 

이 세 명의 절친들이 방송가에서 일하며 서른이라는 나이와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멜로가 체질>. 매 화마다 붙여지는 부제를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무겁지 않게, 생각나는대로 쓴 듯한 제목들이 마음에 든다. 30대의 친구들이 같이 살면서 각자의 일과 사랑과 삶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데,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함께 위로와 응원을 받았을 것 같다. 

 

<극한직업(2019)> 이병헌 감독의 첫 TV드라마란?

2019년 초 개봉한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18)>은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을 주연으로 관람객 평점 9.2에 관객수 1,626만명에 달한 성공작이다. 그리고 2019년 하반기에 JTBC에서 첫 드라마인 <멜로가 체질(2019)>을 연출하였다. 극한직업에서도 그러하듯이 멜로가 체질이라는 작품에서도 공통적으로 이병헌 감독의 느낌이 묻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문어체적인 대사와 선악구도가 없다는 점이다. 문어체적인 대사들을 듣고 있으면 엉뚱하고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면서 인지적 부조화가 오는데, 그게 의외로 재미있다. 배우들의 대사도 길고, 어떻게 보면 캐릭터들이 다들 할 말이 많은 편인데, 별 생각 없이 듣고 있다보면 웃기다. 그리고 그 대사들이 가끔씩 가려운데도 긁어주고 속을 시원시원하게 해준다. 또, 선한 역할, 악한 역할 구분 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것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선악구도가 있으면 좀 더 자극적이고 다음 화가 기대되면서 극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어 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가지고 있는 요소라서 이미 익숙하고 지쳐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 특유의 연출로, 그런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시청자들에게 유쾌하고 편안한 재미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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