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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2017)> 어서 와, 감옥은 처음이지?

by 씀이*아네모스 2021. 12. 1.

출처: tvN

감옥에 가게 된 야구선수, 김제혁

메이저리그 계약을 눈앞에 둔 스타 야구선수 김제혁은 하루 아침에 인생이 뒤엎어진다. 엄마의 부탁으로 여동생에게 갔다가 동생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여동생을 성폭행하려고 한 범인을 쫓아가 몸싸움을 벌이다가 범인을 뇌사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다. 정당방위로 무혐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여느 때와 같이 근사한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가 슈퍼카를 몰고 법원에 출두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판결, 징역 1년을 선고 받게 되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서부구치소에 입소하게 된다. 집에 불도 제대로 안 끄고 온 것 같은데, 택배 오기로한 전복은 어떡하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인기스타인 제혁은 구치소에서도 모든 관심과 집중을 한몸에 받는다. 제혁은 법원에서 구치소까지 표정과 감정에 큰 변화가 없는데 어리버리한 성격과 무덤덤하고 느린 성격이 나타난다. 상황파악 능력도 늦고, 농담과 진담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눈치도 조금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극이 전개됨에 따라 내재된 성격이 표출된다. 무덤덤해보이고 다 참을 것 같아 보이다가 한순간에 확 돌아버리기도 하고, 순진해보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영리하게 해결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주인공이다. 뻔할 것 같아도 뻔하지 않고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감옥에도 사연 없는 사람은 없구나.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제혁이 처음에 간 서부구치소에서 만난 사람들, 항소심에서 패소하여 서부교도소에 이감되어 만난 사람들, 같은 방을 쓰는 제소자들과 교도관들, 캐릭터 마다 스토리가 있다. 제혁이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큰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함께 나오는 주변 인물들의 사연과 인생들도 흥미롭다. 

제혁이가 서부 구치소에 처음 수감되어 처음 같은 방을 쓰게 된 제소자들을 겪으며 하나 깨닫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사람을 쉽게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방을 쓰는 노인은 건달 출신 방장이 시키는 일을 굽신거리며 다 하고 있는데, 제혁은 건달이 노인에게 하는 행태가 못마땅하고, 노인이 불쌍해보여 가만히 지켜보지 못한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 노인은 죄없는 사람을 스무번 넘게 흉기로 찔러죽인 살인범, 아주 흉악한 범죄자였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제혁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결국, 감옥이라는 특성상 그곳에 온 사람들은 범죄자이고, 그 중에는 아주 흉악한 인간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죄가 존재하듯이 교도소에 들어온 인물들도 가정사, 인생사, 저마다 사연이 많다. 

 

구치소에서 항소하여 제혁이 다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하늘은 제혁을 돕지 않았다.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 절대 옷이 물에 젖으면 안된다고 하는 미신이 있다는데, 비도 억수같이 쏟아져 제혁의 옷자락이 흠뻑 젖어버린다. 주인공인 제혁이 이렇게 빨리 출소하면 이 드라마는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하니까, 하늘은 제혁을 돕지 않는 것이다. 운도 나쁜 것이, 제혁이 강간범과 몸싸움을 하다 주변에 있던 트로피를 휘둘러 범인이 뇌사에 빠졌는데, 항소심 결과가 나오는 날 그 범인이 사망하게 되어 징역 1년형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가뜩이나 암울한 상황에 같은 방의 '똘마니'라는 건달에게 왼쪽 어깨를 찔리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제혁은 서부 교도소로 이감되는데, 새로운 교도관들과 제소자들을 만나게 된다. 같은 방을 쓰는 감방 동기들은 저마다 고유한 캐릭터가 있다. 장기수로 등장하는 김민철은 조폭출신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5년형으로 감형을 받고, 제혁과 한방을 쓰며 우직하게 그 옆을 지켜주고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인물이다. 강승윤이 연기한 장발장역은 별명 그대로 상습절도혐의로 들어온 20대 어린 제소자로, 김민철을 아버지라 부르며 옆에서 잘 따르는데, 출소하여 용접일을 시작하여 성실히 산다. 문래동 카이스트라 불리는 강철두는 사기, 도박으로 들어와 개그 캐릭터로 열연한다. 혀 짧은 소리가 특징이라, 어떤 진지한 상황에서도 그가 말하면 개그가 된다. 마약을 하다 엄마와 애인의 신고로 교도소에 들어온 '해롱이' 유한양은 약을 하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심해, 해롱해롱 거리면서 주변 사람들을 약오르게 하는 특기가 있다. 유대위 역을 맡은 정해인과 동갑이라 함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나름 귀엽고 재미있다. 유정우 대위는 부하 병사를 폭행하여 사망하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들어온 인물이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그가 세상의 배신으로 인해, 자기 스스로 세상을 불신하게 되고 차가운 가시가 돋혀있다. 

 

교도소의 특성 상, 출소와 입소가 반복되며 주변 인물도 조금씩 교체가 되어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온다. 제혁이 1년 간, 수감하게 되면서 그를 옆에서 돕는 인물도 있고, 해를 가하려는 악한 인물들도 존재한다. 제혁을 수호하는 인물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절친한 친구인 교도관 이준호 역할의 정경호이다. 서부구치소에서 제혁과 만나게 되어 그를 돕다가 제혁이 서부교도소로 이감되자 같이 전보하여 그를 이리 저리 챙긴다.  

 

'슬기로운 생활' 시리즈의 시작

처음에 이 드라마가 교도소를 배경으로 제작된다고 있을 때, 범죄나 범죄자들을 미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 이 드라마는 교도소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중간 중간 대사를 통해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 중에 착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범죄자다 라며 환기시키기도 한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혼재해 있지만 교도소 안에 있다고 다 나쁘지도 않으며, 교도소 밖에 있다고 다 착한 것도 아니라는 것도 그려진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슬기로운 생활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 신원호PD의 연출작이다. 신원호PD는 KBS 소속이었는데, tvN으로 옮긴 후, 드라마 PD로 변신하여 응답하라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연출하고, 슬기로운 생활 시리즈로 스타가 되었다. 앞으로도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시리즈같은 재미와 감동이 있는 다양한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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